출판고수_정리노트 2017. 12. 6. 14:16

<캘리그리피 실무노트> 작업 시 있었던 일이다.

K작가의 원고를 받았다. 당시 필자는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필자는 외주 디자이너를 많이 믿고 있었다. 그래서 별도의 편집 작업을 거치지 않고 K작가의 원고를 그대로 디자이너에게 넘겼다.

당시 필자는 편집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했다. 출판사 근무 시절 제작, 총무, 경리, 법무 일만 해왔었기에 구체적으로 편집 부분에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원칙적으로 작가에게서 받은 원고를 디자이너에게 넘기기 전에 다음과 같은 작업을 해야 한다.



[출판편집의 정도]

1. 작가의 원고가 기획 의도대로 제대로 집필되었는가?

2. 파트(또는 장), 소제목들의 구분이 잘되어 있는가?

3. 맞춤법, 띄어쓰기가 되어 있는가?

4. 본문 원고의 분량은 적당한가?

5. 제목과 표지 메인 문구, 서브 문구들이 적당한가?



이상과 같은 편집 업무를 무시하고 진행을 시킨 결과 1차 교정지가 나오고 나서 교정, 교열자의 업무가 늘어났다. 파일에서 어느 정도 교정을 본 후 디자인 작업을 넘겨야 했는데 그 과정을 무시했으니 1차 교정지는 빨간 펜으로 도배가 되었다. 그렇게 수정된 내용을 디자이너가 2차 교정 작업 시 모두 수정을 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교정 작업자와 디자이너를 혹사시킨 결과를 낳았다.

그 원고는 예정보다 3개월이 늦게 출간되었다. 이해심이 많은 디자이너의 배려로 우여곡절을 넘기고 출간이 된 것 같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그런 과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디자이너와 결별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야기 고사성어>의 디자인 작업 시의 일이다. 이 또한 세심한 편집 작업 없이 디자이너에게 넘겨졌었다. 여러 차례의 본문 수정을 해야 했다. 그림을 그린 작가도 여러 번의 수정 작업을 감수해야 했었다.

어느 날 디자이너와 추가 작업 자료를 가지고 미팅을 했었다. 디자이너는 그동안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며 필자랑 더 이상 일을 하기 싫다고 했다.

보기 좋게 디자이너에게 퇴자를 맞았다. 그래도 그동안의 인정으로 작업을 한 상태의 파일은 넘겨주었다. 필자는 그 데이터를 가지고 다른 디자이너를 섭외했어야 했다.



작가의 원고가 기획 의도대로 제대로 집필되었는가?

작가의 원고가 들어오면 처음 기획한 의도대로 집필이 되었는지 정독을 하자. 만약 기획 의도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수정을 요청하자.


파트(또는 장), 소제목들의 구분이 잘 되어 있는가?

처음 원고를 쓰는 작가들은 각 장의 제목과 세부 목차들의 제목을 완벽하게 잡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편집 담당자는 파트나 장의 제목과 소제목들을 다시 잡아주면 좋다. 추후 변동이 되더라도 그것이 도움이 된다.


맞춤법, 띄어쓰기가 되어 있는가?

파일 상태에서 일괄적으로 통일을 시켜주자. 앞에서는 작가라고 했다가 뒤에서는 필자라고 하면 안된다. 용어의 통일은 기본이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잡아주자. 교정, 교열 작업이 기다리고 있지만 넘기기 전에 확신이 있는 부분은 어느 정도 수정을 하자.


본문 원고의 분량은 적당한가?

단순하게 보았을 때 책의 본문이 너무 많으면 책의 정가를 올려야 한다. 경쟁 도서보다 더 올린다면 가격 경쟁면에서 불리하다. 그러므로 적당한 분량을 위하여 군더더기 부분은 과감히 들어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제목과 표지 메인 문구, 서브 문구들이 적당한가?

본문의 디자인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 시점에서 표지의 제목도 확정을 하고 메인 문구, 서브 문구들을 구성해야 한다.

필자는 작가에게서 받은 책의 머리말에서 그 문구들을 가져온다. 책에 대한 소개를 작가가 가장 잘하기 때문이다.





출판 고수 정리노트(투데이북스, 2017년)에서 발췌

posted by 북즐맨
:
출판고수_정리노트 2017. 12. 4. 13:24

앞에서도 말했듯이 [북즐(BookZle)] 시리즈의 순조로운 출발로 그 다음 시리즈인 [북즐(BookZle) 활용]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다.

특히 [북즐(BookZle) 활용] 시리즈의 1번인 <1인 출판사 창업 실무노트>의 좋은 출발은 2번, 3번 시리즈까지 잘 이어졌다. 특히 5번인 <캘리그라피 실무노트>의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캘리그라피, 드로잉, 사진관련 책을 시리즈로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장조사를 해 보았다.

크게 판매량이 좋지는 않아도 꾸준히 판매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스타일의 책은 필자의 출판사와 잘 맞는 분야라는 생각에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북즐(BookZle) 아트북] 시리즈이다.

[북즐(BookZle) 아트북] 시리즈는 현재 3종이 나와 있으며 현재 시리즈의 7번까지 계약되어 있다.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책이 되도록 잘 만들어 보려고 한다.


모두 다 반응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실패한 시리즈가 있다. [북즐(BookZle) IT] 시리즈가 그것이다.

[북즐(BookZle) IT] 시리즈의 1번의 실패로 2번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도록 했다. 과감히 2번을 보류시키고 처음부터 다시 점검을 해 보았다. 실패의 원인을 알고 싶었다.

요즘 IT 책들의 판매 부진을 간과했다. IT 책을 만들려고 했다면 좀 더 차별화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 정확한 독자 타깃팅이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실패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책이 잘 나간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고르기를 하는 차원에서 [북즐(BookZle) IT] 시리즈의 출간을 잠시 보류 중이다. 이제는 출간 타이밍과 차별화, 정확한 독자 타깃팅을 한 후 다시 진행하려고 한다.


흔히 출판 기획을 이야기할 때 3T 기법을 많이 이야기한다. 필자도 3T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3T 기법을 이용한 기획에 대해서

3T는 타이밍(Timing), 타이틀(Title), 타깃(Target)을 말한다.


① 타이밍(Timing)

모든 것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자전거를 구입하려는 사람에게 자전거 카달로그를 준다면 그 사람은 자전거를 구입할 확률이 높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읽고 싶은 분야의 책이 적절한 시기에 나온다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 한때 부동산 시장의 경기가 좋았을 때 부동산 관련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한다. 올해 어떤 책이 히트를 칠지 안다면 누가 그런 책을 안 만들겠는가? 노력도 중요하지만 약간의 운도 필요한 것 같다.


② 타이틀(Title)

책의 제목은 그 책의 전체 내용을 대변한다. 사람을 만날 때의 첫 대면과 같이 독자가 처음 대하는 것은 책의 제목이다. 책 제목에서 끌림이 와야 한다. TV에서 한 대학생이 긍정이라는 단어가 좋아서 “긍정 심리학”이라는 책을 구입했다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지방에서 올라와 단칸방에서 공부하는 그 학생에게 긍정의 힘이 필요했을 것이다. 끌림이 있는 적절한 제목은 독자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중요한 무기가 된다.


③ 타깃(Target)

기획 중인 책의 독자 타깃이 분명할 때 책의 포지셔닝(Positioning, 시장에서 제품의 위치를 명확히 하는 전략)이 정확해진다.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책은 반대로 아무도 안 볼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타깃이 있는 책은 독자들을 중심으로 독자층을 확대시킬 수 있는 것이다.

출판 기획을 하는 모든 분들이 항상 고민하는 것이 예상 독자 타깃 선정이 아닐까?





출판 고수 정리노트(투데이북스, 2017년)에서 발췌


posted by 북즐맨
:
출판고수_정리노트 2017. 11. 30. 12:20

[북즐(BookZle)] 시리즈를 모두 출간한 시점에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1인 출판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싶은데 출판사 창업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필자는 [북즐(BookZle)] 시리즈 6종을 다 보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지인은 그것은 분야별로 나누어져 있고 분량이 너무 많아서 부담이 된다고 했다.


지인의 말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북즐(BookZle)] 시리즈의 출판기획, 출판편집, 출판제작, 출판 마케팅 부분의 원고를 활용해서 1인 출판사에 필요한 부분으로 다시 재구성하고 그리고 창업 시 필요한 준비사항에 대한 부분만 더 집필을 해서 책을 만들면 어떨까?’


필자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먼저 출판기획, 출판편집, 출판제작, 출판마케팅 책을 집필한 작가들에게 나의 생각을 전달하고 새로 구성되어질 책에 맞도록 재작업을 요청했다. 그리고 책의 인세는 다음과 같이 처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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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 작업 시 작가 인세 산출 방법

책정가가 20,000원이고 저자 인세가 7%, 제작부수 1,000부, 본문의 전체 페이지가 368P인 경우에 A작가의 원고가 92P라고 한다면 A작가에게 지급할 인세는 350,000원이 된다.

  [(20,000원 × 7%) × 1,000부 × (92P/368P)]

  = 1,400원 × 1,000부 × 0.25

  = 3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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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페이지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제작 비용이 걱정되었는데 새로 만들어지는 책에 원고를 그냥 준 작가들이 있어서 작가인세 부담은 많이 줄었다.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책이 [북즐(BookZle) 활용] 시리즈의 1번인 <1인 출판사 창업 실무노트>이다. <1인 출판사 창업 실무노트>는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초판 2쇄까지 제작한 후 수정할 내용이 너무 많고 창업에 바로 필요 없는 내용들이 있다고 해서 그런 부분들을 모두 빼낸 후 개정판으로 재출간하였다. 개정판 작업을 하면서 책의 제목도 변경해 <내 출판사 창업 성공하기>로 정했다. 이 책을 구입하는 분들이 출판사 창업을 성공적으로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1인 출판사 창업 실무노트>의 성공적인 출발은 다음 번 책을 만드는 힘이 되었다.

그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서 답이 나오는 것이다. 지인의 전화 한통으로 시작된 고민이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출판 고수 정리노트(투데이북스, 2017년)에서 발췌



posted by 북즐맨
:
출판고수_정리노트 2017. 11. 24. 15:04

창업 초기 기획한 출판기획물 중 하나인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 <위대한 실화의 재발견>이다.

먼저 출간된 <위대한 일화의 재발견>의 실패를 분석한 결과 <위대한 실화의 재발견>은 출판을 하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위대한 실화의 재발견>을 집필한 K작가에게 그동안의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K작가는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을 하겠다고 했다. 당시 필자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필자를 믿고 5개월간 작업한 원고가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묻히는 것보다 다른 출판사에서 빛을 보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몇 달 후 <위대한 실화의 재발견>은 A출판사에서 다른 제목으로 책이 나왔다. A출판사는 가끔 신문 광고도 하는 그런 출판사였다.

A출판사에서 나온 그 책의 판매는 부진했다. 몇 년이 흐른 후 K작가는 A출판사와의 출판권 설정 계약을 해지하고 B출판사와 다시 계약을 했다. 몇 달 뒤 B출판사에서 다시 책이 나왔다. 그 책 또한 판매가 부진했다.


필자의 잘못된 기획으로 탄생한 <위대한 실화의 재발견>은 제목이 변경되어 두 곳의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지만 모두 실패한 책이 되었다.


창업 그 다음 해인 어느 날 필자에게 넘어온 외국 판권이 있었다. 그 책들은 시리즈로 총 30여 종이었는데 계약금 및 제작 비용을 필자가 부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필자는 고심 끝에 외국 판권을 C출판사에 소개시켜주고 출판을 포기했었다. 필자와 C출판사 대표 그리고 국내에 그 판권을 이어주는 L대표가 만났다. 그 자리에서 필자가 포기한 것을 C출판사에서 가져가기로 구두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아쉬움을 달랬던 기억이 난다.

C출판사는 자금력이 좋은 중견출판사라 그런지 그 시리즈 10종을 동시에 출간했다. C출판사의 마케팅 능력과 관계없이 책의 판매는 저조했다. 생각보다 너무 안 팔렸다.

올 컬러 책이어서 제작 비용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판단은 C출판사 대표가 했지만 도의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필자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안되는 책은 누가 해도 안되는구나.’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한다.

‘그 책들이 모두 잘 팔렸으면 내 기분은 어떨까?’

지금도 출판 정글을 돌아다니며 좋은 작가를 찾고 있다.

열심히 책을 만들다 보면 분명 필자와 맞는 좋은 작가를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페이스북을 살펴보고 오프라인 모임에 나간다.


하루하루의 일상은 힘들어도 꿈이 있고 희망이 존재한다면 출판은 재미있는 사업임에 틀림없다.

노력한 만큼의 결실이 없더라도 도전하는 그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힘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야.”





출판 고수 정리노트(투데이북스, 2017년)에서 발췌

posted by 북즐맨
:
출판고수_정리노트 2017. 11. 22. 15:50

창업 초기에 기획한 10여 종의 기획물들 중 실제로 책으로 나온 종수는 2종뿐이다. 모두 현실화 단계에서 사라졌다. 한 종이 <위대한 일화의 재발견>이었고 나머지가 <이야기 고사성어>이다.

창업 초기 기획한 <이야기 고사성어>는 작가 섭외만 1년 이상이 걸렸으며, 작가가 원고를 탈고한 시점이 계약일로부터 1년 6개월 정도 걸렸다. 작가가 원고를 탈고한 무렵 필자는 그동안의 출판 경험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깨달았다.

‘이런 책은 내가 만들면 안 되는 책이다.’


작가를 만나 그동안 준 계약금과 중도금을 포기할 테니 다른 곳에서 출판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작가를 만나기로 약속한 어느 날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동안 들어간 돈이 많고 날 믿고 1년 6개월간 정규직 직장을 구하고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원고를 탈고한 작가에게 이럴 수는 없다. 그러니 원고를 반으로 나누어 <이야기 고사성어 1>, <이야기 고사성어 2>로 하자. <이야기 고사성어 1>이 실패하면 그때 멈추자.’


작가를 만나 이상의 내용으로 계약서를 다시 쓰기로 생각했다.

작가도 흔쾌히 동의를 했다. <이야기 고사성어 1>의 판매는 아주 부진했다.

필자는 그 책을 만들고 나서 나름 큰돈을 날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전 달 강의 수익이 어느 정도 되어서 제작비를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실패에서 배운 것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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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원인 분석]

1. 정확한 타깃을 정하지 않은 책 기획은 표류하고 만다.

2.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아이템으로 책을 만들면 실패한다.

3. 만화가 아무리 좋아도 텍스트 자료의 수준이 낮으면 안된다.

4. 만화책 제작 시 만들려는 원고와 잘 부합되는 표지와 본문 종이의 선택이 중요하다.

5. 만화책은 아동들이 구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 아동의 부모님이 구입을 하므로 학부모의 눈에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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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타깃을 정하지 않은 책 기획은 표류하고 만다.

단순히 이런 책이면 좋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된 기획은 실패하는 것이었다. 좀 더 정확한 시장조사를 거치고 현실화 단계를 거쳐야 했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아이템으로 책을 만들면 실패한다.

고사성어(故事成語)라는 소재는 누구나 자료를 구할 수 있으며 재가공이 가능한 자료들이다. 이런 아이템으로 책을 만들면 만들기는 쉬워도 성공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만화가 아무리 좋아도 텍스트 자료의 수준이 낮으면 안된다.

만화가가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텍스트 자료의 수준이 어느 정도는 따라 주어야 한다. 만화가가 스토리 작업이 안된다면 스토리 작가를 투입해서라도 텍스트 자료의 수준을 높여야 했었다.


만화책 제작 시 만들려는 원고와 잘 부합되는 표지와 본문 종이의 선택이 중요하다.

책의 표지 종이는 좀 더 좋은 종이를 사용했어야 했고 본문 종이는 백상지가 아닌 아트지나 스노우화이트지를 사용했어야 했다. 그렇게 해야 컬러 인쇄물이 잘 표현될 수 있었다.


만화책은 아동들이 구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 아동의 부모님이 구입하므로 학부모의 눈에 들어야 한다.

말 그대로이다. 학부모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본문에 나오는 고사성어들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인용되는 페이지를 표기했어야 했다. 그러면 이 책이 교과서와 연계된 것임을 더 잘 홍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출판 고수 정리노트(투데이북스, 2017년)에서 발췌

posted by 북즐맨
:
출판고수_정리노트 2017. 11. 13. 16:20

출판사 창업 초기 사기를 당해 돈도 잃었고 기획한 책에 대한 작가 섭외도 힘들었다. 특히 지인에게 당한 사기는 지금까지도 교훈을 준다.


사업 초기에 홍대 근처에 예전부터 알았던 K사장의 사무실에 책상 하나를 놓고 시작한 때의 일이다. 가끔 찾아오는 지인과 이야기를 하다가 여행회화 시리즈를 3종 진행하기로 했다. 친한 사이라 계약서 없이 계약금 200만 원을 주었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3종에 대한 MP3 음원 녹음도 A급 성우를 투입하였고 끝난 시점에 전체 작업 비용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인 작업을 한다해도 표지, 본문 디자인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지인에게 그 회사 대표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필자가 만나서 금액 조정을 할 생각이었다.

지인은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충격적인 말을 했다.

자신이 직접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디자인 회사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실을 알았다. 필자는 일본어는 지인이 직접 집필을 하고 영어, 중국어는 지인이 아는 다른 작가분이 집필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지인이 집필한 일본어 원고를 영어, 중국어로 번역했던 것이다. 작가 인세가 아닌 적은 번역 비용으로 말이다. 필자에게는 저자 인세를 주어야 된다고 했었다.

계속 진행을 하기에는 앞으로 드는 비용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결심을 해야 했다. 계속 진행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를 말이다. 고심 끝에 그만 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책도 한 번 출간해 보지 못하고 계약금과 녹음 비용 그리고 기타 진행 비용 등을 날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500만 원으로 출판사 입문의 수업료를 지불한 것이다.


그 지인은 지금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사람을 믿었고 그 분야의 일을 몰랐던 내게 더 큰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필자는 편집 비용과 디자인 비용, 기타 작업 비용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리고 적당한 가격대를 알아냈다. 오히려 그때 그 사건이 필자에게 짠돌이 경영을 하게 한 초석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작업을 진행하게 되면 먼저 적당한 단가를 협의하고 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100% 믿지 않는다.


사업 초기 필자의 모친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기는 내 주변에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치지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치지 않으니 주변에 친한 사람들을 조심해라.”

창업 초기의 시련은 오히려 필자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준 것 같다. 그 일이 있은 후 홍대 사무실을 정리하고 신설동에 독자적인 개인 사무실을 얻어서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홍대 사무실을 정리하기로 생각하고 정리하러 나가는 어느날 퇴근할 때 필자의 머리를 스치는 출판 아이템이 있었다. 필자가 운영중인 온라인 카페의 회원들을 타깃으로 출판관련 시리즈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필자가 운영 중인 온라인 카페는 출판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이었는데 그 분야에서 꽤 많은 회원수를 확보하고 있었다.

출판사 직원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출판 시리즈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구상된 시리즈가 [북즐(BookZle)] 시리즈였다. [북즐(BookZle)]은 필자가 예전에 다른 사업을 하려고 상표 등록을 해둔 상표였다.

[북즐(BookZle)] 시리즈는 <출판기획 실무노트>, <출판편집 실무노트>, <출판제작 실무노트>, <출판디자인 실무노트>, <출판마케팅 실무노트>, <출판제작(편집, 디자인) Q&A 모음집>의 6종이다.

첫 책은 필자의 친한 친구이자 지인이었던 K작가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원고를 선뜻 내주어서 빨리 진행을 할 수 있었다. [북즐(BookZle)] 시리즈 첫 책의 반응에 힘입어 다음 책들에 가속도를 붙여 진행을 할 수 있었다.

책의 판매는 순조로웠고 이는 아주 힘들었던 창업 초기에 필자에게 출판에 대한 작은 희망을 주었다. 지금도 [북즐(BookZle)] 시리즈를 기반으로 [북즐(BookZle) 활용] 시리즈, [북즐(BookZle)아트북] 시리즈로 이어졌고 그 시리즈가 진화하면서 계속 출간되고 있다.




출판 고수 정리노트(투데이북스, 2017년)에서 발췌

posted by 북즐맨
:
출판고수_정리노트 2017. 11. 9. 15:27

A출판사에 한자(漢字)책 저자로 유명한 B선생님이 계셨다. 집필한 서적만 25종 이상으로 필자가 생각하기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한자책을 집필하고 판매한 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필자의 추측이 어느 정도 맞을 것이다.


B선생님과의 오랜 인연으로 필자가 창업한 출판사에서 선생님의 원고를 받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시 필자의 지인이었던 P군의 말에 따르면 B선생님에게 원고를 받기 위해서 유명한 몇몇 출판사에서 백지계약서를 드리고 원고가 나오면 원하는 조건으로 계약서를 작성해서 보내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단다.


필자는 A출판사에 10년간 근무를 했었고 B선생님에게 7년간 인세 지급을 결재하는 자리에 있었기에 B선생님이 받는 인세 금액을 알고 있었다.


필자는 B선생님의 책이 최소 5,000부에서 많게는 10,000부 정도는 판매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B선생님의 까다로운 몇 가지 조건을 모두 수용하고서야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B선생님은 계약한 날짜에 탈고를 하셨고 원고의 편집, 디자인, 제작 등등 모든 공정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특이할 점은 본문의 페이지가 너무 많아서 본문의 종이를 100g에서 80g으로 변경했었다.


결론적으로 책의 판매는 잘 되지 않았다. 4년 동안 1,000부도 판매하지 못했다.

그때 필자는 배웠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분이라고 해도 출판사의 브랜드파워와 마케팅 능력이 따라 주지 않으면 힘들다는 사실을 말이다. 필자의 출판사는 A출판사처럼 출판사 브랜드파워도 없고 마케팅을 펼칠 자금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일이 있고 나서 필자는 새로운 작가를 섭외할 때 작가의 지명도를 많이 보지 않게 되었다. 독자들이 필요한 책이 무엇일까에 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독자들이 원하는 내용의 책을 쓸 수 있는 작가를 발굴해서 책을 만드는 일이 필자에게는 더 나은 승부수가 된다는 것을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알게 되었다.




출판 고수 정리노트(투데이북스, 2017년)에서 발췌

posted by 북즐맨
:
출판고수_정리노트 2017. 11. 7. 14:31

창업 초기 기획한 출판기획물 중 하나인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시리즈가 있었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 <위대한 일화의 재발견>이다.


이 시리즈의 기획 의도는 위인들의 일화나 실화, 명언 등을 재구성해서 재미와 교훈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 시리즈 5종의 제목을 먼저 정했다. <위대한 일화의 재발견>, <위대한 실화의 재발견>, <위대한 여성의 재발견>, <위대한 역사의 재발견>, <위대한 명언의 재발견>이 그것이다.

첫 책인 <위대한 일화의 재발견>의 작가와 삽화를 그릴 분을 섭외했다. 계약을 하고 작업을 진행시켰다. 작업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탈고를 하고 본문 디자인을 진행하는 동안 책의 디자인 방향을 잡으면서 난항(難航)에 빠지게 되었다.


이 책의 독자층을 청소년층으로 할지 성인층으로 할지 먼저 정하지 못하고 디자인을 진행한 것이다. 책을 디자인하기 전에 청소년 분야인지 성인 분야인지를 정하고 그에 맞는 디자이너를 섭외했어야 했다.

본문과 표지 디자인이 확정되었을 당시 필자의 눈에는 디자인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좋게 보이지 않은 것 같았다. 표지를 출력하는 어느 날 출력소에 근무하던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이 표지 다시 하면 안 되나요?”

“지금이라도 기계를 멈추면 됩니다.”


후배는 아마 힘들게 말했을 것이다. 출력한 후 내일 인쇄를 해야하는데 출력에서 멈춘다면 그 후의 일정을 다시 잡아야하는 것을 잘 아는 후배가 말이다.

그때 그 후배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창업 후 첫 책이 나오기까지 7개월간 아무런 매출이 없었던 필자의 조급함이 판단을 흐리게 한 것 같다. 그리고 표지를 도와 준 지인에게 표지를 다시 하자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늦어도 3주 정도면 되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한참을 지나고 나서 이 책이 왜 시장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지를 분석해 보면 총체적인 난관이 많은 책이었음이 틀림없다.

첫 단추인 기획을 잘못하였고 그로 인해 타깃 독자층의 선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책을 진행시킨 것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내용의 자료를 재편집해서 내는 일은 쉬운 일이다. 그런 쉬운 기획은 실패한다. 독자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책의 기획만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돈을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


[실패 원인 분석]

1. 타깃 독자층이 명확하지 않은 기획물

2. 출판 분야 선정의 오류

3. 출판 분야 선정 오류로 인한 디자인 실패



출판 고수 정리노트(투데이북스, 2017년)에서 발췌

posted by 북즐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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