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출판사를 창업한 지 횟수로 3년차가 된다.
별다른 준비 없이 막연한 꿈이었던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불필요한 시간들이 많이 지나가 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퇴사 전 출판사 창업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정말 무모한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준비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다른 한 면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퇴사 후 준비한 출판 분야 및 출판 예상 목록들의 100% 중 10%만 진행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준비는 준비이고 실전은 실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로 창업은 참 잘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직장을 다닐 때는 안정적인 월급이 있어서 좋았지만 자신만의 일에 대한 갈증은 계속되었다. 나만의 일을 해보고 싶었다.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인생의 목표를 돈을 많이 버는 것에 두고 싶지 않았다. 인생의 목표를 내가 평생 일할 수 있는 꺼리를 찾아 그것을 평생 하는 것에 두고 싶었다.
필자는 책을 만드는 일이 좋았다. 출판사 근무시절 필자가 기획한 책을 출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 뜻은 이루지 못했다. 지금은 필자가 기획한 책을 직접 출간한다.
모 인터넷 신문에서 본 것인데 직업별 만족도 상위 20위 안에 작가(2위)와 작곡가(4위)가 들어 있다. 무엇인가를 창작해 내는 직업은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지난 3년간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필자를 이용하려는 사람, 필자의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 필자와 그냥 알고 지내고 싶은 사람, 필자가 만나고 싶은 사람, 필자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 등등.
그러면서 필자가 배운 것은 무슨 일이든 상대를 직접 만나야 일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생각만 많다 보면 그냥 생각으로 머문다. 생각은 조금만 하고 일단 누군가를 만나러 나가자. 만남 뒤에 인연이 되고 새로운 일에 대한 씨앗이 뿌려진다. 그 씨앗이 열매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씨앗을 뿌리는 것이 희망적인 일임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창업 후 6개월 만에 첫 책이 나왔다. 첫 책의 작가는 필자의 출판계 지인이자 오랜 벗이다.(그나마 6개월 만에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원고를 온라인에 연재하고 있었던 것이어서 가능했다) 첫 책을 만들면서 필자가 몰랐던 본문 편집, 표지 디자인, 원고의 교정과 교열, 맞춤법 등에 대하여 배우게 되었다.
첫 책이 나온 후 다음 책들이 연이어 나왔다. 매번 신간을 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쉽게 나오는 책은 없는 것 같다. 책 한 권 한 권마다 사연이 있다.
두 번째로 출간 예상 목록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고 싶다.
전 직장을 그만두기 몇 달 전부터 창업에 대한 막연한 계획을 세우면서 만들고자 하는 책의 분야를 정하고 출간 목록을 만들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지금은 그때 정한 분야와 출간 목록으로 출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출판 분야 선정을 모두 다시 했고 출판 분야가 달라짐과 동시에 출간할 책들의 목록이 대부분 바뀌었다.
출판사를 창업한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지만 유명한 저자의 원고만 받을 수 있다면 판매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 하지만 1인 출판사가 유명한 저자를 지인의 도움 없이 출판 계약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유명한 저자가 무엇을 믿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줄 것인가? 또 다른 면에서 유명 작가와의 계약금을 1인 출판사의 자금으로 감당을 할 수 있겠는가?
필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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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출판사의 출판권 설정을 위한 생존 전략
1.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는 출판 분야를 찾자.
2. 유명 작가를 찾을 시간에 앞으로 유명해질 수 있는 작가를 찾자.
3.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출판 관련 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자.
4.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작가 인맥을 넓히자.
5. 오픈 마인드로 작가를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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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처음 창업을 하여 출판사를 운영하다 보면 이런저런 시련을 겪을 것이다. 작가 섭외가 어려운 분, 자금이 부족한 분, 제작 업무가 어려운 분, 마케팅이 어려운 분 등등…… 각자의 능력에 따라 어려움은 모두 다를 것이다.
지금 필자는 필자가 만들면 좋을 책과 필자가 만들면 안 될 책 정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주변에서 아무리 좋은 원고라고 하여도 본인의 출판사 성격과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이 책은 내가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믿음이 100% 신뢰할 수는 없더라도 자신을 믿어 보려고 한다.
무슨 일이든 10년만 하면 그 분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작고 멋진 출판사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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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자가 가져야 할 5가지 원칙
1. 꿈을 가질 것 :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모두 꿈을 가지고 있으며 그 꿈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창업이다.
2. 자신이 하고자 한 일에 미칠 만큼 집중할 것 : 성공한 창업가는 지치지 않는 열정과 불굴의 집념으로 자기의 일에 모든 것을 걸고 미치도록 일하는 힘을 발휘한다.
3. 목표는 야심차고 원대하게 가질 것 : 헤르만 지몬의 “히든챔피언”도,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도 모두 창업 초기부터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혹은 위험하지만 대담한 목표를 가지고 기업경영을 하여 성공을 이루었다.
4. 무모한 도전이 아닌 준비된 도전을 할 것 :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지만 철저한 사전준비와 지속적인 창업자의 추진 열정과 의지와 기술적 능력이 갖추어 있다면 준비는 이루어진 것이다.
5. 시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공급할 것 : 연구실에만 가치 있는 제품이 아니라 시장에서 요구하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창업자의 성공요소이다.
---------------------------- ✽출처 : 히든 챔피언에게 길을 묻다. 한국거래소(2011년)
1인 출판사 경영 실무노트(투데이북스, 2013년)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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